2017년 7월 18일 화요일

마음수련을 빙자한 사이비 종교

요즘 부쩍 명상이 뭐냐, 마음수련을 어떻게 하는거냐, 마음수련이나 해야겠다고들 한다. 얼마전엔 학교 앞을 지나다가 애기(?)들끼리 장난삼아 “명상이나(?) 좀 해”라는 얘기도 들었고ㅎㅎ. 단지 ‘이나’라고 하니까 비하발언 같아 속이 상했지만 익숙했다. 마음 수련, 명상, 종교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의 인식이 사이비와 관련된 사건 사고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어릴적에 더운 여름날 뉴스에서 선풍기에 의해 질식사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그때 한번 봤던 그 뉴스가… 옆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더운 여름에 가장 좋아했던(응?) 선풍기에 대한 기억을 한순간에 살인 무기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 이후로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고, 부모님 또한 항상 선풍기를 주의시켰다. 죽을 수도 있다고.ㅋㅋ 그렇게 선풍기는 무서운 존재가 되었지만 잘 때 조금 덥고 에어컨 틀기엔 오바인 날씨일 때 미풍, 회전모드로 위쪽 방향으로 해놓는 습관이 생겼다. 혹시 죽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몇 년 전, 이런 얘기가 한국에서만 널리 퍼진 미신(?) 이라는 것을 알고 조금 충격이었다… “선풍기의 사용과 사망이 관련이 있다는 의학적인 연구나 보고는 단 한 건도 없다”라고... 내 마음 속에 잘 때 틀어놓는 선풍기는 ‘질식사 시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도구’로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던 것이 무너져 내린 기분이였달까. 지금 생각해보니 웃기긴 하다. 


사이비 지식 – 선풍기 사망

 마음수련이나 호흡, 명상이라는 것도 나에게는 마찬가지였다.
'도를 아십니까' 부터 시작해서 많은 사이비 종교 덕분에 한국에는 도(?)스럽고 호흡 같은 언어나 수행, 수련이라는 말조차 어딘가 이상하고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드니까. 그래서 진짜 어디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명상 좀 해보라는 얘기를 꺼냈다간 사이비 아니냐는 소리부터 하니 참 힘이 든다ㅋㅋ 학교 앞에서 만났던 애기(?)들 한테 가서 “얘들아~ 명상’이나’ 라니~ 너 이 녀석들~(응?)” 이랬다간 이상한 사람, 꼰대 취급 당하겠지 ㅋㅋㅋ 교회에서 홍보나온 사람들 보고 “걍 지 혼자 속으로 믿지, 좀 표출하지 말고, 피해주지 말고… 귀찮게” 이런 마인드 였었는데…. ㅋ

그래서 마음 수련한다는 것이 뭐냐면… 음… 일단 예를 좀 들자면, 어떤 사람이 막대기로 우리를 쳤을 때 막대기에게 화를 낼 리가 없고 막대기로 친 그 사람에게 화가 날 것이다. 마찬가지로 ‘감정’이 우선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인식’의 힘이 생겼을 땐, 그 사람에게 화가 나는 감정보다 이 사람이 왜 때렸는지, 왜 화가 났는지에 대한 판단을 더 잘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어쨌든 명상이라는 것을 하면 진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데 이는 어떠한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바르게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하자면, 아침에 중요한 미팅이 있는데 부하 직원이 지각을 했다. 이후 취할 수 있는 행동은 1. 당장 전화를 한다, 2. 주변 동료에게 왜 늦는지 물어본다, 3. 부하 직원이 올 때 까지 기다린다, 4. 무시하고 미팅을 진행한다. 등이 이 상황에 대한 ‘인식’이 될 것이다. 여기에 감정이 섞인다면, 쟤가 또 저러나, 이 일을 가볍게 생각하는 건가, 내가 우습나, 제정신인가(?)라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고 화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감정을 배제하고 상황을 좀더 정확하게 판단하는 힘이 생기면 문제를 파악하고 문제의 원인을 생각하고 원인에 대한 해결책 또는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방향대로 상황을 이끌어 갈 수 있다. 부하직원이 왜 늦었는지, 그것이 미팅에 늦은 이유로 합당한지, 부하직원이 늦은 것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지, 함께 미팅에 참가하는 모든 직원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더 나아가서 어떻게 하면 지각을 하지않을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지 그에 따라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게 말로는 쉬운 것 같지만 사실 그 순간에 내 입장을 한번 내려놓고 부하 직원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은 정말 쉽지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누구든 상황판단에 있어서 감정적이게 되기 때문이다. 즉, 위와 같은 상황에서 본인이 한말에 따르지 않는 부하직원에게 자존심이 상한 다거나, 이 중요한 미팅에 정신 못 차리고 지각한 부하직원이 안 될 놈이라고 낙인 찍어버리게 되는 것 등이 감정적인 판단이다. (물론 몇 번을 얘기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부하 직원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이, 그 마음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화를 내고, 감정적으로 상대의 행동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고 개선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행동하게 된다는 것, 화를 참거나 억누르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는 것이 포인트다. (참으면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나 나의 약점이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라면… 자존심을 내려놓으면 가족과, 연인과 더 행복해 질 수 있다는 뭐 그런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는가. 그것이 실제로 자신의 이야기가 되어야 될텐데… 그 방편으로 명상이 도움이 된다!



사이비 말고-자연을 벗삼아 마음수련 어떰?


흠…더 이상 명상이 어떻다 저떻다 여기다가 구구절절 설명하는 건 너무 심오하고 재미없고 사실 깊이 들어가면 정신적인 면이 많아서 종교에서 어쩌구 저쩌구 얘기하는 거랑 비슷한 말이라 종교냄새 나서 잘 표현도 못하겠으니 넘어가자 (맛집도 맛을 봐야 알지…)

하지만 마음 수련을 빙자한 사이비 단체들, 명상을 빙자한 사이비종교 단체들이 마치 ‘선풍기 괴담’처럼 명상이라는 행위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고 있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사회에서의 명상에 대한 인식이 세계 사회 수준만큼 이라도 높아진다면, 명상을 통해 자기 생각과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세상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힘이 생긴다면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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